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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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대통령의 편지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5 22:15
조회
57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아내와 나도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도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 고생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위와 호세가 영어를 전혀 할지 몰라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고 대니얼이 가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었다.

어느 날 대니얼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지를 보면서 감탄했다. 대니얼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주입식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먼저 아이들에게 머리를 만지면서 한국말로 뭐냐고 물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머리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것이 영어로 헤드라고 알려주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묻고 아이들이 자신있게 대화를 시작하면 영어로 알려주고 하는 방법이야말로 아이들을 주눅들지 않고 외국어를 배우게 하는 방법이었다.

대니얼은 휘튼에서 선교학 석사를 하면서 논문을 썼다고 한다. 그의 논문제목은 “의리가 한인 공동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했다. 서양 사람들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한국인들 문화 안에 있는 개념이 의리인데 그가 그 의리를 어떻게 이해했을까가 늘 궁금했다. 한번은 싱가포르 시내에 있는 한인식당에 가서 저녁을 대접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다음에 자기네가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면서 “우리가 의리가 있으니까” 하는 것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우리는 서로 헤어졌다. 우리 가족은 인도네시아로 그리고 대니얼과 아내 데비는 한국으로 갔다. 대니얼은 한국에 가서도 늘 재미있는 내용을 편지에 써서 보내 주었다. 하루는 대니얼이 딸 다위에게 편지를 썼는데,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다위야, 잘 지내지, 우리도 잘 지낸다. 나는 요즘 연세 어학당에 가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 목동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서는 바람에 내가 어느 잘 났어 정말 여자 앞에 넘어 졌다. 그래서 내가 무척 창피했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서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혹시 물 있으면 물좀 주세요.’ 다위야! 너 이 말을 믿니 농담이다. 우리말로 편지를 쓰고는 싶은데 자신이 없으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언제나 자연스럽게 하곤 했다.

나는 대니얼이 한국에서 어떻게 사역을 했는지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대니얼과 함께 지냈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재미있고 재치있는 사람인지를 잘 알게 되었다. 그는 늘 훈련생들과 함께 목욕탕에도 가고 포장마차에 가서 꼼장어도 먹고 오고했다고 들었다. 대니얼은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했다.

자기의 이름이 대니얼 홈버그였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기 이름을 홍대열이라고 불렀다.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는 훈련생들과도 늘 격의 없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는 늘 자기를 목사가 아닌 죡사라고 했다. 죠크를 좋아 하기 때문이란다.

대니얼과 데비는 결혼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기를 갖지 못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선교훈련원에서 아기를 갖게 되었다. 딸을 낳았는데, 하루는 편지에 자기 딸 이름을 홍당무라고 하기로 했다고 전해 주어 인도네시아에서 고생하던 우리 가족을 기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