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4-3. 생선님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6 20:53
조회
490
4-3. 생선님

인도네시아의 많은 선교사들이 반둥에 머물면서 언어를 배웠다. 반둥이 언어를 배우려는 선교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임락 (IMLAC)'이라고 하는 좋은 언어 학교가 있었다. 그곳은 여러 선교단체에서 선교사들의 훈련을 위해서 만든 학교라는 뜻으로 '임락'이고 불리다가 '라보라'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그 학교는 SIL이라고 하는 단체에서 만든 LAMP라고 하는 책을 그대로 실천하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언어학교였다.

'라보라'는 실험실이라는 뜻인데,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학교라는 개념보다는 학생들이 주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배운 현지어를 함께 평가하고 다시 언어를 배우는 법을 연마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다. 학교에서는 아주 철저하게 자기가 배운 인도네시아 말을 동네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반드시 써 보도록 격려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 이웃들과 격의 없이 지내게 된다.

한번은 외국인 친구의 집을 찾아갔는데, 동네 근처의 ‘와룽’이라고 부르는 구멍가게에서 외국인은 어디 삽니까? 하고 물어야 할 것을 외국은 어디로 갑니까? 하고 물었다. 아마도 외국인이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주인은 기가 막혔던 것 같다. 아무런 대답을 못하는 가게 주인에게 더 큰 소리로 외국인은 어디로 갑니까? 하고 다시 묻자 그제야 내가 외국인 친구를 찾아 가는 줄 알고 그 동네 외국인 집의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었다.

임락의 선생님들도 선생을 의미하는 '구루'라는 인도네시아 말이 있지만 자신들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학생들을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쁠라띠 (pelatih, 훈련 시켜 주는 사람)'라고 부르는 아주 혁신적인 학교였다. 선생님들은 가르쳐준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이 언어를 능동적으로 배우도록 격려하고, 교정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신들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좋은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에서도 봉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임락’의 여러 선생님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은 ‘빡 딘딘’이었다. 그는 마른 체격에 외모는 왜소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액션이 커서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학생들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임락의 다른 선생님들처럼 그도 복음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순다족으로 드물게 그리스도를 믿고 전도를 많이 하는 분이었다.

임락에는 여러나라에서 온 선교사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한국 선교사들도 많이 공부 하고 있었다. 내가 그곳에서 언어를 배울 때 한국 선교사가 전체 학생의 30%를 차지했다. 어떤 분들은 초기에 정착을 잘 했지만 어떤 분들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았다. 영어권에서 온 선교사들과 비영어권에서 온 선교사들 사이에 공평하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학교는 무척 고민을 한 것 같다. 특히 한국말을 모르는 인도네시아 쁠라띠들은 영어로 설명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 선교사들에게 초기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몰랐다.

어느 날 원장인 빡 밤방이 나를 자기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국 선교사들을 잘 섬기고 싶은데,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정말 초기에 어떻게 도와야 할 지 모른다고 하면 차라리 자신들이 한국말을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분들의 태도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당시 9 유닛 가운데 6 유닛을 마친 상태라서 완벽하지는 못해도 인도네시아 쁠라띠들에게 한국말을 조금씩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