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4-3. 생선님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6 20:54
조회
140
인도네시아 선생님들은 아주 영특해서 한국말을 잘 배웠지만 특별히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은 읽고 쓰는데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한글의 우수성을 인도네시아 선생님들에게 침이 마르게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선생님들은 한글이 매우 과학적으로 만들어 진 것을 인정했다. 읽고 쓰기가 쉽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들의 메모를 한글로 할 정도였다.

하루는 원장 방 앞에 갔더니 한글로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리 이니 띠닥 아다 라빳", '하리 이니'는 오늘이라는 뜻이고 '띠닥 아다'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라빳'은 선생님들이 하는 회의를 말한다. 인도네시아 말을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것이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이나 다른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전혀 알 수없는 암호 같은 것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았다.

매일 모든 일과를 마치고 선생님들은 한 시간씩 우리말을 배웠다. 선생님들은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지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가운데서도 빡 딘딘은 한국말을 정말 열심히 배웠다. 그가 한국말을 배우는 노력은 대단한데, 내게서 배운 한국말을 다른 한국 학생에게 해 보고, 또 다른 학생에게 배운 한국말을 나에게 새롭게 연습했다. 그것이 사실 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LAMP라는 방법인데, 그는 철저하게 학생의 자리로 내려가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갔다. 빡 딘딘이 나에게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덥썩 잡았다. 그리고는 자랑스럽게 나를 "생선님!"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떨떨했지만 그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어떤 한국 사람에게 선생님을 어떻게 말하는지 배웠던 것 같다.

그러나 아침에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오는 길에 생과 선의 순서를 바뀐 것 같다. 자기가 한 말이 선생인줄 알고 있는 빡 딘딘에게 그것이 생선이라고 인도네시아 말로 설명해 주자 그는 나의 설명을 듣고 주체할 수 없이 웃었다. 실수는 했지만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려는 그의 열정에 대해서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선생님의 생선님이 되어 임락의 쁠라띠들과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나도 인도네시아 선생님들의 개인 생활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