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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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양평의 목욕탕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05 18:05
조회
449
2-4. 양평의 목욕탕

86년 말 세무대학 기독학생회 40명가량이 국수리에 있는 죠이 캠프에서 겨울 수양회를 했다. 국수리 캠프장은 오세진 이사가 조이에 기증을 한 것인데, 그곳 원래 사과를 재배하고 있어서 가을에 사과를 따 창고에 저장하고 있는 관계로 캠프 주변은 언제나 사과향이 가득했다. 세무 대학 기독학생회가 수양회를 시작한 것은 86년부터였다.

내가 세무대학에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기독학생회라는 모임이 있었다. 그리고 지도교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지도교수를 담당하던 교수님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부임한 지 2년 때가 되는 83년부터 기독학생회 지도교수가 되었다. 지만 당시 지도교수가 하는 일을 거의 없었다. 임원들에게만 일종의 양육 프로그램을 적용했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새로 시작한 박사과정, 외부 강의, 새로 태어난 아기 등으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말이면 교회에서 여러 가지로 섬겼다. 그런데 기독학생회 모임에는 늘 참석을 해야 했다. 마침 세무대학 1회 졸업생이었던 서수현 군이 기숙사 관리를 위해서 지도관이라는 타이틀로 세무대학에 부임 했다. 서수현 군은 후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지금은 목회를 하고 있는데 당시에도 학생들에게 성경 말씀 가르치는 것을 기쁨으로 감당했다.

서순현 지도관이 세무대학 기숙사의 지도관으로 온 것은 마치 사도행전 18장 5절에서 “실라와 디모데가 마게도냐로부터 내려오매 바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혀 유대인들에게 예수는 그리스도라 밝히 증언하니”하는 것처럼 큰 힘이 되었다. 보통 방학을 하면 집으로 바로 내려갔지만 우리는 여름 수양회를 하기로 했다. 모두 2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그곳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큰 도전을 했다.

학생들에게 세무대학 내에 기독학생회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하라고 한 것이다. 그 토론에 나는 빠져있었다. 자신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하도록 한 것이다. 토론의 결론은 이랬다. 세무대학 안에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제자로 더욱 무장해야 하는데 기독학생회가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수련회의 중요성을 깨달아 처음에는 여름 수양회만 하다가 겨울 수양회까지 하게 되었다.

양평은 겨울에는 몹시 춥기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보일러로 바닥은 따듯하지만 웃풍이 심한 방에서 때로는 모포를 두르고 성경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번 겨울 수련회의 목표는 로마서를 모두 마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고 로마서를 읽고 개인 공부를 하고 그룹으로 나누어서 토론을 하고 후에 모여서 전체 메시지를 듣는 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지금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빡센 훈련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마치 말씀에 굶주린 것처럼 열심히 공부했다.

처음에는 로마서 16 장을 통으로 공부한다는 의욕에 불타던 피끓는 20대 초반의 학생들도 이렇게 프로그램을 삼일간 하고 나니 몹시 피곤을 느꼈다. 그래서 학생들이 좀 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있던 국수리는 워낙 작은 동네였기 때문에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버스로 20분만 가면 양평 읍내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아쉬운 대로 많은 즐거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공중목욕탕을 먼저 가기로 했다. 때도 밀고, 뜨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피곤도 풀리고, 그리고 장으로 가서 순대니 오뎅이니 먹고 영양 보충을 하고 오기로 했다. 마침 양평장이 선다는 첩보도 입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