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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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나는 싼타가 누군지 알아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06 06:35
조회
210
3-1. 나는 싼타가 누군지 알아

"손 형제님, 오늘 성탄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나서 어린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싼타클로스가 주는 것처럼 하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교회가 너무 작아서 아이들이 누가 싼타인 줄 다 알거든요. 그래도 손 형제님은 우리 교회 나오신지 얼마 안 되니까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할 것 같아요.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선교훈련원에 있으면서 주일마다 근처의 개척교회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주일에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당시 전도사님으로 수고하시던 김현철 목사님이 예배 후 식사하는데 내게 와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싼타클로스 역할을 부탁 했다. 거절하기 매우 힘든 부탁이었다.

당시 선교훈련원 원장이셨던 이태웅 목사님은 내가 처음 주님을 영접했을 때 조이 선교회에서 매주 말씀을 증거 해 주신 분이었고, 조이 선교회에서부터 나의 영적 아버지처럼 돌봐 주신 분이었다. 이 목사님은 나에게 신학 훈련을 포함해서 엑스트라 공부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내가 출석하던 본 교회인 수원에 위치한 송원 교회에 가는 것보다 훈련원 가까이에 있는 목산 침례교회에 다니는 것을 권하셨다.

목산 교회는 현재는 많이 성장해서 천명이 육박하고 이미 많은 교회로 분립되어서 잘 진행되는 교회지만 내가 처음 갔을 때만해도 개척한 지 몇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교회였다. 매주 예배를 드리는 어른의 수가 약 30명, 아이들이 20명가량 되었다. 예배가 끝나면 교인 모두 점심식사를 했는데, 이것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당시 우리 가족에게는 한 번의 끼니를 어디서 얻어먹는 것이 굉장한 것이었다.

전도사님의 부탁에 아무 생각 없이 산타 역할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싼타가 된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고는 많이 후회했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매일 밥을 얻어먹는 교회였으니 말이다.

주일 성탄 예배에 가면서 나는 큰 가방에 다위와 호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담아 가지고 갔다. 물론 다위와 호세에게는 어떤 선물인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렇게 각 가정에서 자기 자녀들에게 줄 선물을 교회에 가져오면 산타가 큰 가방에 메고 방으로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예배 후에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옆방으로 들어가서 산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그 당시 57kg의 몸이었으니 아마 역사상 가장 마른 산타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산타 옷을 입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웃음이 저절로 난다. 보통 내가 알고 있는 산타들은 배가 다 나와 있는데, 나는 오히려 허리가 잘룩하게 들어갔으니 아이들이 산타라고 믿을까 하는 생각이 미쳐 베개를 배 안에 하나 넣었다. 그러는 동안 김현철 전도사님 재촉하는 바람에 베란다를 돌아서 창문으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모든 아이들이 모여서 이제나 저제나 산타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홀쭉한 산타를 보고 무척 반가와 했다. 나도 "호호호, 여러분 안녕하세요."하고 말을 했다.
일부러 목소리를 아주 낮은 톤으로, 그리고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다위와 호세도 아이들 속에 섞여 앉아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갑자기 다위가 아이들 속에서 소리쳤다.
"나는 산타가 누군지 알아."
나는 등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아뿔싸, 아무리 내가 위장을 해도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내 목소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속일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여하튼 최대한으로 위장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