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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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나는 싼타가 누군지 알아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06 06:50
조회
145
나는 산타 흉내를 내면서 한 아이씩 무릎에 앉히고 부모가 미리 써준 쪽지대로 아이들을 달래기도 하고 칭찬도 하고 나무라기도 하면서 한 명 한 명에게 선물을 주었다. 물론 내가 가지고 온 선물도 다위와 호세에게 주었다. 땀이 속으로 계속 흘렀는데 그것은 두꺼운 산타 복을 입어서만은 아니었다.

드디어 다위 차례가 되었다. 나는 다위가 내 옷을 혹시 뒤집어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조심을 했다. 하지만 다위는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는 생각 밖으로 선물을 공손하게 받았다. 선물 보따리가 비었을 때 나는 "메리 크리스마스 " 하면서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다시 창문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얼른 싼타 복을 벗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위와 호세는 산타에게서 받은 선물을 푸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들어오는 것을 눈치 태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척하고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좋은 선물 받았네!” 했더니 아이들은 선물에 아주 만족 해 하는 것 같았다.

교회에서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올 때 다위는 갑자기 아직도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 산타가 선물을 줄 때 방에 있었어요?"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암, 있었지.”
그러자 다위는 아직도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또 물었다.
“아빠, 근데 그 가방에는 뭐가 있어요?”
아침에 교회 갈 때 다위와 호세의 선물을 넣어 가지고 간 빈 가방을 다시 들고 오는 중이었다. 아무 부담없이 다위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 주었다.
“아무 것도 없지? 왜 이 속에 산타 옷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
그러자 다위는 들켰다는 듯이 약간 멋쩍어 하며 ‘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의심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다위는 끈질겼다.
잠자코 GMTC를 향해 언덕을 올라가는 듯싶더니 갑자기 다위가 또 산타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그런데 산타가 아빠 하고 똑같은 반지를 꼈더라?“
아뿔사! 다위의 그 말에 정말 간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맞다 반지를 끼고 있었다.
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를 어쩌나. 만약 다위가 내 반지를 보았다면 이제 나갈 구멍은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지혜를 주셨다. 갑자기 내가 빨간 산타의 장갑을 끼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도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
"다위야, 아빠도 네가 산타에게서 선물을 받을 때 그 싼타를 보았는데, 산타가 너희들 선물을 줄 때 빨간 장갑을 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데?"
그러자 다위는 “아! 맞다. 산타가 빨간 장갑을 꼈었다." 하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후유!

결국 몇 년이 지난 후에 나는 아이들에게 고백을 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