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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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장례식의 복음 요술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3 06:22
조회
88
그러던 어느 날 그 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쁘랏 전도사와 함께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래 전 서양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재단의 중학교를 지났다. 쁘랏 전도사에게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기독교인이 많으냐고 물었다. 전도사는 불교 가정에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우리 가정 생각이 났다. 부모님은 원래 종교에 그리 관심이 없으셨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바로 아래 두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한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은 사건이 생겼다. 부모님은 크게 상심을 하셨다. 특히 어머니의 상실감이 더 했다. 그 후로 어머니는 동네 절에 열심히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어머니를 따라 절에 열심히 다녔다. 심지어 기독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친구가 소개해준 조이 선교회에 기도회에 참석해서 주님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기독교 학교에 다니는 태국의 중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쁘랏 전도사에게 혹시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모아 주면 내가 요술을 하면서 복음을 전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쁘랏 전도사는 나를 학교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마도 쁘랏 전도사가 나를 한국에서 온 선교사인데, 여러분들께 마술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고 소개한 것 같다.

아이들은 아주 순진한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모여 왔다. 나는 주머니에서 가늘고 긴 끈과 붉은 수건을 꺼내서 마술을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을 쁘랏 전도사가 태국어로 통역했다. 아이들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보아서 통역은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날 아이들에게 예수를 믿으라는 초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복음을 들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쁘랏 전도사가 나에게 저녁에 특별한 약속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특별한 일은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오늘 저녁 설교를 하는데, 설교 전에 내가 조금 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 준 마술을 사람들 앞에서 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저녁 식사 후에 쁘랏 전도사는 나를 장례식장으로 데려갔다. 얼마 전에 자기 교회 교인이 죽어서 오늘 장례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죽은 분은 교인이지만 대부분의 식구들과 문상객들이 아직 주님을 몰라서 전도용 설교를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내가 중학교에서 복음 마술을 하는 것을 보고 조문객들 앞에서 그 마술을 다시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예식은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이제 쁘랏 전도사가 말씀을 전할 차례였다. 쁘랏 전도사가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 앞에 나와서 마술을 했다. 당연히 조문객 가운데 한 명을 앞으로 초청해서 끈을 가위로 자르게 하고 그것을 다시 붙잡게 했다. 나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날 밤 쁘랏 전도사가 힘 있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