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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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삶은 바나나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01 05:24
조회
719
1-4. 삶은 바나나

거금을 들여 과일가게에서 사온 네 개의 바나나를 껍질을 모두 벗겨서 조심스럽게 찜통에 넣었다. 그리고 20분 정도 익혔다. 가족들은 내가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다고 모두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찜통의 뚜껑을 들어 올리는 순간 모든 기대가 사라져버렸다. 바나나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히 뭉개졌다. 아,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결국 그 바나나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죠이 선교회 여름 수양회가 삼각산에 있는 어떤 기도원에서 열렸다. 그 수양회에서 아주 특별한 선배님을 만났다. 사모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던 박승빈 목사라는 분은 처음 만났지만 내 관심을 끌었다. 우선 내 상상 밖에 있던 곳, 사무아라고 하는 곳에 선교사로 계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남태평양이라는 뮤지컬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남태평양의 풍광과 사람들에 대해서 큰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박 목사님에게 그곳의 문화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다.

사모아 사람들이 박 목사님에게 늘 결혼 했냐고 물어서 자신을 꼭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고 다닌다며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의 풍습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에게는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은 그곳 사람들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많았다.

하루는 사모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고 물었다. 박 목사님은 사모아 사람들은 주로 생선 구운 것과 바나나를 삶아 먹는다고 대답해주었다. 생선을 구운 것은 상상이 가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나나를 삶았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수양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도 박 목사님이 말한 삶은 바나나가 계속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돈이 생기면 바나나를 사서 삶아 보리라고 결심을 했다. 아마 온 가족에서 아주 특별한 음식을 대접할 기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돈을 조금씩 모았다. 당시에는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를 시작해서 용돈 외에 돈이 조금 생길 때였다. 그리고 드디어 바나나를 사왔다. 바나나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바나나의 가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아마 그 당시 바나나 한 개를 살 돈이며 지금은 바나나 한 덩이를 살 수 있을 정도와 맞먹는 액수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바나나를 찜통에 넣고 삶아 보니 흐물흐물한 액체가 되고 말았다. 바나나 고유의 바닐라 맛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얼마나 후회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사온 바나나를 삶지 않고 그냥 가족들에게 주었다면 엄청난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바나나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인도네시아에 와서 삶을 수 있는 바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에는 바나나의 종류가 1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바나나 종류에 따라, 삶아 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박승빈 목사님이 말한 삶은 바나나는 우리가 현재 사먹는 바나나와는 종류가 다른 바나나였다는 것을 당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렇게 나는 예수를 믿는 초기부터 조금씩 선교에 눈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