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70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5
조회
105
현지인들로부터 선교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선교사는 현지인들과 같이 되기 위한 동일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 동일시는 선교사가 현지에 상당히 머문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선교지에 도착한 날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을 본딩(bonding)이라고 부른다.



원래 본딩이란 생물학 용어이다. 새끼가 어미와 유착관계를 가지면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해 과정 초기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리가 알에서 부화한 후 처음부터 어미 오리를 따라다녀야 오리가 된다. 만약 부화를 도와준 사람을 따라다니면 오리는 사람이 어미인줄 알고 행동을 한다.



97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교회 사역을 하던 친구를 방문했을 때 친구는 자기 교회 장로님께 부탁을 해서 우리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그 장로님이 미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세탁소를 운영한다고 하셨다. 세탁소를 하면서 장로님은 매우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셨다. 나는 장로님께 한국에서도 세탁소를 하셨느냐고 물었다. 장로님은 아니라신다. 그러면 어떻게 미국에 와서 세탁소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물었다. 의외로 장로님의 대답은 단순했다.



처음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픽업을 해준 분이 세탁소를 하는 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탁소를 시작하게 되었단다. 당시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가지고 올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다. 사돈의 팔촌만 찾으면 모두 연결되는 우리 상황에서 결국 그 도시에 먼저 온 한국 사람이 픽업을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이 하는 직업을 결국 따라 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장로님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에 나온 사람이 청과를 하는 분이 픽업을 했다면 청과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선교사가 현지에 도착해서 처음 현지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구체적인 생각을 제안을 하고 있다.



1. 선교지에 도착했을 때 몇 주만이라도 현지인 집에 홈스테이를 해보라.



일반적으로 선교사가 선교지에 가기 전, 지인들이나 미리 선교지에 와 있던 선배 선교사들이 세들어 살 집을 얻어주고 가구들을 미리 마련해 준다. 선교사 가정이 도착했을 때 편하게 쉬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본딩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저녁이 되어 식사준비를 해야 할 때 저녁은 옆집 현지인 아주머니가 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 부인이 하게 된다. 선교사 부인은 한국 음식 밖에 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선교사 부인은 적어도 며칠 동안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위한 재료를 한국에서부터 장만해야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도착해서 일주일 혹은 길게는 이주일 정도를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현지인 집에서는 당연히 식사 준비를 현지인 부인이 할 것이다. 그러면 현지 음식을 할 것이다. 선교사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의 음식을 먹게 된다. 음식만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가정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일이년을 살아본 후에 현지인 집에 가서 홈스테이를 하자고 하면 어색하다. 홈스테이를 계획하는 선교사도 그렇고 홈스테이를 받아주는 현지인 가정도 갑자기 왜 이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서로가 홈스테이에 대해서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