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7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5
조회
69
2. 가능하면 처음에 선교지에 갈 때는 20 킬로의 짐만을 가지고 가라.



여러분들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 짐을 싸보았을 것이다. 20 킬로그램의 짐을 싸기 위해서는 보통 해외여행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 하나가 필요하다. 그 가방 속에 무엇을 넣어봤는지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보통 옷가지와 신발, 읽고 싶은 책, 큐티 노트 정도가 들어가면 벌써 20킬로그램이 된다. 그 가방 안에 고춧가루 10킬로그램 한방 샴푸 다섯 통, 이런 것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이 말은 선교사는 현지에서 대부분의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은 아무리 낙후된 선교지라고 하더라도 비누 치약 등의 물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공산품이 다국적 기업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라 표준화 되어 있어 질적으로도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에서 현지에 막 도착해서 사용할 것 조금만 가지고 가면 된다.



족자에 살 때 어떤 선교사 가정이 한국에서 왔는데 짐이 많다고 해서 풀어주는 것을 도우러 가본 적이 있었다. 짐에서 이쑤시개가 큰 통으로 한 통이나 나왔다. 아마 온 가족이 몇 년은 쑤실 수 있는 양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상당량의 목재는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다. 인도네시아의 이쑤시개도 얼마나 성능이 우수한지 모른다. 만약 성능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서 한 번 이쑤시개를 사용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다양한 약을 가지고 선교지에 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약은 오래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유효일자를 넘어서 사용하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혹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포르물라 음빳음빳’ (Formula 44)이라고 하는 거담제가 있는 데 약효가 대단하다.



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파라티푸스에 걸린 적이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처방을 해주었고 열은 뚝 떨어졌다. 파라티푸스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현지 의사는 대부분의 케이스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매우 유능한 의사에게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서 간 적이 있었다. 그 의사는 내가 파라티푸스 AB 복합형을 알았다고 하자 서재에 가서 두꺼운 책을 가지고 와서 내 앞에서 한참을 읽었다. 아마도 공부를 한 적은 있었지만 케이스를 처음 보았는지 그 의사는 병리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아픈 상태에서 한국에 왔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가 알고 있는 여자 선교사는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는 어른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10년이 넘은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만약 풍토병을 앓게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고 현지에서 치료하라고. 한국의 의사들이 훨썬 더 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풍토병에 대해서는 현지 의사들이 훨씬 더 많은 케이스들을 보아서 처방을 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절한 약도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일반적인 상품은 한국산이 좋을 지 모른다. 하지만 현지에도 좋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