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7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5
조회
73
3.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선교지에서 현지의 교통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몇 년 전 선교지에 간 후배 선교사가 몇 달이 되지 얼마 되지 않아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운전하다가 오토바이를 피하려다가 언덕에서 차가 굴러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와 완전히 다른 교통 상황에 익숙지 않아서 사고를 당했다.



인도네시아의 이리안자야 (최근에는 ‘빠뿌아’로 이름을 바꿈)로 성경을 번역하러 가는 선교사에게 선배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만약 동네에서 사람을 자동차로 치게 되면 빨리 현장을 벗어나라고. 우리식으로 한다면 이것은 뺑소니다. 하지만 그 동네가 만약 신석기 시대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뺑소니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친족을 외지인이 상해했다고 하는 것 때문에 그들은 당신을 즉결심판하려고 할 것이다. 창이나 도끼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피를 흘리고 누워 있는 자기 가족에 대한 원한을 당신에게 당장 갚을 것이다. 이럴 경우 만약 선교사가 죽음을 맞는다면 이것은 순교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개죽음이라고 해야 할 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지의 문화를 아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현지 문화를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도착해서 반둥에 머물며 언어를 배울 때의 일이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배 선교사가 타던 차를 물려받게 되었다. 하지만 OMF 선배들은 우리에게 언어를 배우는 동안 대중교통을 사용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처음에는 왜 그런 조언을 하는지 잘 몰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조언이 무척 유익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다운타운에 내려가서 물건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노선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버스가 노선을 벗어나더니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서 옆에 앉아 있는 분에게 왜 버스가 이 골목으로 가는지를 물어보았다. 그 승객의 설명은 이랬다. 어떤 할머니가 시장에서 배추 열 포기를 사서 버스를 탔다는 것이다. 그 할머니가 무거우니 자기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단다. 물론 몇 푼의 운임을 더 주고 말이다. 운전수는 운임을 더 받고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은 자기의 권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버스 안에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가운데 불평을 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한 번은 아내가 반둥에서 족자로 가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반둥에서 밤기차를 타면 족자에 새벽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아내는 밤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새벽이 되어 잠이 깨었는데 기차가 족자가 아닌 북쪽의 어느 역에 정차하고 있었단다. 놀란 아내가 옆의 사람들에게 이유를 묻자 사람들은 선로에 이상이 생겨서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내가 깜짝 놀라 이렇게 하면 기차회사가 배상을 해주느냐고 하자 현지인들은 오히려 “왜 배상을 해주겠냐?” 사실은 우리가 운이 좋은 것이다. 돈을 따로 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여러 곳을 돌아가고 있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땅콩을 까먹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현지의 모습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