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73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5
조회
77
(4) 현실 상황에서 현지어를 배워라.



우리 대부분은 적어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내내 영어를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실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언어를 상황 속에서 배우지 않고 교실에서 텍스트북으로만 배웠다. 텍스트에서 배우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언어를 말하기 위해서 배우기보다는 외국어라는 교과목의 시험을 위해서 배우는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배운 영어 문장으로 기억나는 것은 “I am a boy." 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미국 사람이나 영국 사람에게 ”I am a boy."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만약 내가 미국 사람에게 “I am a boy."라고 한다면 미국 사람은 내가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필자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외국 언어를 처음 배운 경험은 책이나 학원에서다 하지만 살아있는 언어를 배우려면 사람들에게서 직접 배워야 한다. 이 부분은 14과의 언어습득에서 다시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선교사들은 언어를 배우는 동안 아무런 의심 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사람들은 언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마치 어린 아이처럼 대한다. 반둥에서 언어를 배울 때 시장에 무언가 사러 가면 이웃들이 와서 물건을 제대로 사왔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언어를 상당히 구사하는 단계에서 이웃들은 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교과서에서 배우는 언어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아침에 "슬라맛 빠기! (Selamat pagi!)" 하고 인사를 하지만 시골지역에서는 어디가요에 해당하는 "마우 끄 마나? (Mau ke mana?)" 하고 묻는다. 만약 이 말의 의미를 잘 모른다면 오해할 수도 있다.

“어, 내가 어디 가느냐고 왜 물어볼까?”



우리가 어디 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그저 아는 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 가느냐고 대답할까를 곰곰이 생각하지 말고 그저 “잘란잘란! (jalan-jalan)” 이라고 하면 된다. 이 말은 "네, 그냥 돌아다니고 있어요.“ 혹은 “저기 갑니다.”에 해당하는 말이다.



선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선교지의 언어를 한국에서 배워가지고 가는 것이 좋은지 혹은 현지에서 배워야 좋은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현지에서 배우라고 권한다. 현지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히 발음을 원어민에게서 듣게 되는 것만이 아니다.



선교지에서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성육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를 어린아이처럼 배우면서 다시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가 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어른처럼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배워서 공식처럼 언어를 배우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