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26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5
조회
99
이런 것을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 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아무리 자기가 좋아 한다는 싸인을 보내도 여자 아이가 그것을 좋아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한 것이다. 이런 발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선교 현장에서 실제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 예수님은 제자들과 목욕을 했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한 목사님이 오셔서 마태복음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목사님은 학생들에게 예수님이 제자들을 어떻게 훈련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예수님은 제자들에 강의로 하는 교육을 한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목사님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잤으며, 함께 먹었으며, 함께 걸어 다녔다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목욕도 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욕이라는 말이 나오자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찌그러졌다.



인도네시아의 목욕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격년으로 열리는 선교한국 대회에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몇 명씩 참석했다. 선교한국 대회는 보통 8월 초에 열렸다. 우리나라 기후 가운데 가장 더울 때 열리는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 숙소에 개인적으로 샤워를 하는 시설이 없어서 남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공동 샤워를 하곤 했다. 한국 학생들은 서로 옷을 벗은 상태에서 샤워를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벌거벗은 상태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샤워를 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한다.



한 번은 샤워를 하러 간 학생이 두 시간이 가까이 되어도 오지 않아 샤워장에 가보았다. 인도네시아 학생은 안에 누가 있다면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넓은 샤워 장에는 샤워기가 50개 정도 있었는데 샤워를 하는 한국 학생은 불과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 식으로 생각한다면 텅텅 비어있는 상황이지만 인도네시아 학생은 누군가가 벌거벗고 샤워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인도네시아 문화 코드로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목욕을 했다고 하는 것은 친밀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관계로 인신되었던 것이다.



목사님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예수님은 제자들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이 제자들과 목욕을 함께 했다고 하자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매우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만약 그 목사님이 제대로 타문화 속에서 말씀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아마도 학생들에게 친할 때 무엇을 하는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면 두리안도 함께 먹는다. 두리안이라고 하는 과일은 먹기 전에도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먹고 나서 트림을 하고 나면 그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안다면 목사님이 제자들과 예수님이 친했다고 하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두리안도 함께 드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