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4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29
조회
117
부부 싸움 이야기



우리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서 일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할 때 싸우지 않는 부부로 기네스 북에 등재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야심찬 목표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꿈은 일주일이 되지 못해 깨어졌다. 부부싸움을 이틀이 멀다 하고 하게 되었다.



10년 동안의 한국에서 교수 생활을 할때야 그러려니 했지만 인도네시아로 갈 때는 선교사라는 신분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에 훨씬 더 영적인 사람이 될 것을 기대했지만 부부 싸움에 관해서는 변한 것이 전혀 없었다. 11년 필드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OMF 선교단체의 대표로 돌아왔으니 더 영적인 리더라는 위치에 맞게 부부싸움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별로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부부싸움을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 갑자기 성령이 충만해져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이 도움을 주었다. 어느날 대형 서점에 가서 매우 인상적인 제목의 책을 하나 구입해서 읽었다. 제목은 ‘말을 안 듣는 남자와 지도를 못 읽는 여자’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책에서 남자들은 이렇게 말한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내가 하는 말이었다. 또 여자들은 이렇게 말하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아내가 하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한번은 부부가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지방을 내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조수석의 여자가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 당신 목마르지 않아.”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이 목마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대답을 한다.

“응, 난 목 안 마른데..”

그리고 그대로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여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목마른지를 묻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자신이 목이 마르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오징어를 사먹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평소에 그렇게 대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루는 축구 경기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다. 매우 중요한 A매치 경기라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갑자기 아내가 와서 물었다.

“여보, 당신 사과 먹고 싶지 않아?”

이 글을 읽는 모든 남자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떤 남자가 축구 경기를 보다가 사과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는가. 나도 그런 부류의 보편적 남자다. 나도 축구 경기를 열심히 보고 있을 때는 화장실에도 가지 않는다. 혹시 그 사이에 전세가 역전될까봐. 예전 같았다면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핀잔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책을 읽은 후로 나는 변했다. 아내가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선교지에 간다면 같은 문화 안에서 남편과 아내가 하는 커뮤니케이션 갭보다 더 심한 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