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쏘라비안 나이트 29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7
조회
96
그런데 우리가 앉아 있는 벤치 저 멀리 아래서 우리가 차를 마시는 쪽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앞에는 세 명의 여자들이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오고 있는데, 뒤에는 서로 덤덤하게 세 병의 남자가 멀찌감치 따라오고 있었다. 순간 그렇게 순수하지 않은 세 커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백주에 이런 호텔을 드나드는.........



여자 셋이 우리가 차를 마시는 곳에 가까이 와서 멈추어서더니 목소리를 높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척 불쾌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한 관계의 사람들처럼 보였는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내용이 더 웃기는 것이었다.

“어머, 저거 음식이야?”

“아니야. 저게 무슨 음식이니.”

“아니, 음식 맞아.”

등 등.



아니 내 뒤에 서서 왜 음식 타령을 하는 것인가. 자기들이 먹고 싶으면 카페에 들어가서 식혀 먹으면 되지... 나는 점점 더 불쾌했다. 그래서 한 마디 해주려고 했다. ‘제 뒤에서 시끄럽게 그러지 마시고 원하시면 카페에서 시켜 드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여자가 갑자기 아내를 보고 외쳤다.

“은숙아!~~”

그러자 아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머, 수미야...” 어쩌구 하면서 가서 세 명을 얼싸 안는 것이었다. 모두 서울대 간호학과 동기들이란다.



이들이 지나가다가 아내를 본 것이다. 한 사람이 저거 은숙이 아니야? 하고 묻자. 인도네시아에 선교 나간 친구가 제주도에 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친구가 “저게 무슨 은숙이냐”고 한 것인데, 내 귀에는 음식으로 들린 것이다.



세 명은 우리가 차를 마시는 자리에 합석을 했다. 그리고 뒤 따라오던 남자 셋도 합석을 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세 명 아내 친구의 남편들이었다. 부인들은 대학 동창들이니 친하지만 남편들은 아내들을 중심으로 만났으니 조금 거시기 한 것 같아보였다.



“그래 너희들 어떻게 온 거야?”

“응 우리는 내일 제주 마라톤 대회 참가하러 왔어.“

요즘은 한국에 마라톤 매니아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창들이 모두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 혹은 서울에서 제일 큰 병원의 수간호사로 잘 나가고 남편들도 모두 대학교수거나 작가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떨고 있었고 나와 목사님은 잠자코 수다를 듣고 있었다.



“숙소는 어디야?”

아내가 묻는 말에 친구 중 한 명이 대답을 했다.

“우리는 중문 단지에 있는 신라호텔이야.”

신라호텔은 정말 좋은 고급호텔이다.

“너는 어떻게 왔어?”

이제 아내가 대답을 할 차례다.

“우리 남편이 여기 서귀포에 있는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부탁받아서 온 거야. 그리고 이 분이 목사님이셔.”

목사님과 아내의 친구들도 인사를 했다.

“그럼 어디서 묵어?”

우리는 정확히 어디서 묵을지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목사님이 교회의 선교관이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내려 온 것이다. 또 기왕에 오랜만에 제주도에 온 김에 주일 저녁에 바로 올라가지 않고 이틀을 더 있다가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