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라비안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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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라비안 나이트 3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2:57
조회
74
5장: 주님의 공급



우리가 사는 잠실의 장미 아파트는 은행나무가 많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김종은 간사가 우리집에 왔다가 함께 차를 타고 나가면서 나눈 대화다.

“간사님, 우리 동네에는 은행이 많아.”

“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오면서 바로 앞에서 우리은행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멍했다. 농담을 하는 분은 아닌데..... 그러다가 빵 터졌다. 다시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큰 일 나겠다. 내가 밤에 나가서 은행을 턴다고 하면 간사님은 어떻게 해설할까?”

“.............”



2002년 11월로 접어들면 잠실의 장미 아파트는 정말 아름답게 단풍이 든다다. 노란 은행잎의 단풍이 절정에 오르면 장미 아파트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황금색으로 변해버린다. 인도네시아도 아름답지만 이런 광경은 볼 수가 없다. 당시 다위는 이제 인도네시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대입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막 고 2가 된 호세는 학교의 배려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쌀라티가의 선교사 자녀학교에서 학업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국의 가을 단풍을 만끽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사역하던 이경철 목사님 내외가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 집에 며칠 머물게 되었다. 이 목사님은 우리 가족이 인도네시아로 파송될 때 조이 선교회의 대표였으며 그 후 미국에서 이민 목회를 하실 때 우리를 후원하신 분이었다. 그 후로 태국에서 진행되는 선교 사역을 돕기 위해서 매년 태국을 방문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을 들리셨다.



할렐루야 교회에서의 핸드폰 사건



이 목사님이 한국에 계시는 동안 아내의 핸드폰을 빌려드렸다.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큐티를 하려고 거실에 나와 앉아 있는데 이 목사님이 주무시는 방에서 요란한 빵빠레가 울렸다. 아내의 핸드폰 소리였다. 아침 7시면 아내의 핸드폰에서 꼭 그 소리가 울렸다. 평소에 아내의 핸드폰 빵빠레 소리에 익숙한 나로서는 조금 놀랐다. 그날따라 이 목사님 방에서 울리는 아내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빵빠레 소리가 두 배는 큰 것 같았다.



소리가 하도 커서 분명히 시차에 시달려 아침에 곤히 주무시는 것 같은 목사님 내외의 숙면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목사님만이 아니라 사모님까지 주무시는 방에 가서 핸드폰을 꺼드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있자 이 목사님이 방에서 나오셨다.



“이거, 다위 핸드폰인가? 핸드폰이 내 주머니 속에 하나가 더 있어.”

그리고는 아내의 핸드폰과 똑 같은 핸드폰을 내게 건네주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이 목사님이 한국을 방문하기 조금 전에 아내와 딸 다위가 나가서 똑 같이 생긴 폰을 두 개 샀다. 이경철 목사님은 한국에 들리셔서 마침 우리 집에 며칠 머물고 계셨고, 한국에 계시는 동안 연락할 곳이 있으면 쓰시라고 아내가 자기 핸드폰을 목사님께 빌려드린 것이었다.



이 목사님이 나와서 핸드폰을 건네주실 때 아마도 전날 저녁에 다위에 거실에 있는 내 책상 위에 놓은 핸드폰을 아내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지고 들어가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다위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같은 핸드폰을 사서 아침 7시에 울리는 빵빠레도 같으려니 했다.



나는 책상 위에 이 목사님이 건네주신 그 핸드폰을 놓고 큐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조금 후에 이 목사님이 건네준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순간 긴장했다.



“여보세요!” 하고 내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것은 어떤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 혹시 그 전화번호가.......”

아니 이른 아침에 이 무슨 수작인가. 틀림없이 다위를 치근덕거리는 남자가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는 사람이 다위가 아니라 어떤 남자 어른의 목소리니까 둘러대는구나 하고 얼른 전화를 꺼버렸다. 속으로만 ‘흠, 다위에게 이상하게 치근대는 녀석이 나타난 게 틀림없어! 다위가 일어나면 어떤 녀석인지 물어봐야겠다.’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