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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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방쌋의 의미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8 07:59
조회
59
5-2 방쌋의 의미

하시홀란은 두따와짜나 대학교에서 전산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에게서 회계학을 배우는 경영학과 학생은 아니었지만 조이 모임에도 열심히 나왔고 내게 대해서도 개인적인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는 외국인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교수를 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어느 날 하시홀란이 내게 인도네시아에서 교수로 지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당시만 해도 언어 때문에 강의실에서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답답했었다. 특별히 회계학 강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회계학 용어를 현지어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나도 어려웠지만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 학기 강의를 어떻게 했나 모르게 지나가 학기말 고사를 남겨 둔 어느 날 내 사무실로 조교가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학기말 고사 시험문제 출제를 마쳤느냐고 물었다. 마침 그 날 사무실에 간 이유가 학기말 시험 문제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늘 그렇지 않아도 기말고사 문제를 만들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교는 자기가 문제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기가 막혔다. 아니,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했다.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자 조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조교 시간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지난 학기에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는 손 교수가 뭐라고 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자기가 알아서 진도를 나갔고, 자기가 가르친 내용을 시험에 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런 싸가지가 있나!’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문제는 인도네시아 말로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웃으면서 내가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내용을 하시홀란에게 이야기 해주면서 한국에서 교수 생활을 계속 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조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방쌋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하시홀란은 그 단어를 사용할 때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내가 말을 다 하자, 하시홀란은 공손하게 내게 물었다.
“빡 손, 아까 그 조교가 방쌋이라고 말하셨지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빡 손, 혹시 방쌋의 뜻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내가 방쌋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인도네시아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책을 읽어서 알게 된 것이다. 목타르 루비스라고 하는 사람이 쓴 마누시아 인도네시아는 우리 말로 번역하면 인도네시아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목타르 루비스는 매우 유명한 작가다. 소설과 엣세이를 많이 썼는데, 탁월한 문체와 시니컬한 해학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