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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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방쌋의 의미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8 08:04
조회
71
그 책 안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목타르 루비스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한 사람은 자카르타에서 한 달을 머물렀고, 다른 사람은 두 달을 머물렀는데, 우연히 그 두 사람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두 달을 머문 사람이 한 달만 머물면서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 어떻게 일을 빨리 해결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한 달만에 해결한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단다.

“아니, 당신은 인도네시아에서 돈이면 뭐든지 쉽게 해결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요? 나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일을 빨리 마쳤지요.”
목타르 루비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가서 인도네시아를 모욕한 말을 한 외국인의 빰을 때려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가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 내가 저 외국인의 빰을 때려주자. 왜 인도네시아를 모욕하느냐고. 그러면 저 외국인이 나를 고소하겠지. 그런데 법정에서 저 외국인이 제시하는 증거가 내가 제시하는 증거보다 더 많다면 나는 오히려 망신을 당하게 되겠지.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뭐 이런 내용이다. 대단히 자조적인 이야기다. 이렇게 목타르 루비스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부조리를 실랄하게 풍자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모욕한 외국인을 묘사할 때 작가가 ‘방쌋’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는 그 단어를 사전을 통해서 정확한 의미를 찾지 않고 문맥을 보고, 그저 예의 없는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시홀란에게 이야기를 할 때 그 조교를 방쌋이라고 부른 것은 예의가 바르지 못한 이라는 뜻이라고 말해주었다.

하시홀란은 정색을 하고 내게 말해주었다.
“빡 손, 그 단어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원래 빈대라는 뜻이지만 사람에게 사용하면 가장 못된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여러 가지 욕이 있지만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방싹이라고 하는 순간 모든 관계를 끊어지고 맙니다.”
하시홀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그 의미를 대충 알고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인도네시아 학생들 가운데는 내게 욕을 가르쳐준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다음과 같은 전제를 달고서...
“빡 손, 이 욕은 알고만 계셔야 합니다. 만약 사용하시면 큰 일이 납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에서 그런 욕을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