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5-3 스뚜란의 천사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18 17:46
조회
65
5-3 스뚜란의 천사 이이

이이는 내가 처음 두따와짜나 대학에서 회계학을 처음 가르칠 때부터 내 수업에 들어 왔던 학생이었다. 이이와는 악연으로 시작되었지만 후에는 매우 특별한 관계가 유지 되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희한한 은사가 있는데, 그것은 세무대학 교수 시절부터 컨닝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것이다. 점쟁이는 점보러 오는 사람만 보면 뭐가 보이고, 형사의 눈에는 도둑놈이 보인다고 했던가. 나는 수험장에 들어가면 컨닝을 할 학생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 희한한 은사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발동을 하였다.

내가 두따와짜나 대학에서 처음으로 시험 감독을 하던 때였다. 어떤 학생이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컨닝을 하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물론 컨닝 하는 것도 나쁘지만 커닝하는 것을 돕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가가서 왜 커닝하는 것을 돕느냐고 뭐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치미를 떼었다. 하지만 내가 하도 다그치자 드디어는 잘못했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렇게 하면 답안지를 빼앗고 교실에서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험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 왔을 때 교수들이 모두 내게 와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충고를 해 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서 그 학생이 나를 해꼬지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것이 무섭지는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서 이이를 만났는데, 이이는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 물어 보는 등 매우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나는 ‘이 친구 봐라. 아주 말을 걸어!’ 하면서 약간의 경계를 하면서도 시험 때의 일은 되도록 잊어버리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려고 노력했다. 이이는 나에게 담배를 한 대 건네주면서 피우겠냐고 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불교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하튼 이런 일로 이이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다위와 호세가 새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날 오후 새를 전문적으로 파는 '빠싸르 아씀'이라는 시장에 갔다. 상인들은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채고는 엄청나게 비싸게 가격을 불렀다. 인도네시아에서 새를 사 본적은 없지만 일반 물가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아 아내는 아주 낮은 가격을 제시해 보았다. 상인은 보통 자바 사람답지 않게 화를 내면서 만약 당신이 그 새를 그 가격에 팔면 내가 사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바 사람의 말로는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말버릇이었다. 우리는 기분이 나빠 새를 사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 왔다. 다위와 호세는 매우 실망했지만 몇 배나 비싸게 새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 다음날 회계학 수업이 있었고,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 이이에게 혹시 빠싸르 아씀에 가서 새를 사다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아내가 상인에게 제시한 금액이하로 사보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이는 시장에서 아내가 제시한 금액보다도 더 싸게 우리가 사려고 했던 십자매 한 쌍을 사가지고 온 것이다.

그 후로도 이이는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었다. 이이는 못하는 일이 없었다. 전기도 고쳐 주고, 선반도 달아 주고 특히 오토바이와 자동차는 손으로 조립을 해가며 고쳐 주었다. 그는 나에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알려 주었다. 이이는 매일 저녁이나 오후에 우리 집을 찾아 왔다. 그는 그런대로 여유가 있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부탁하는 일을 하고 조금의 보수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가끔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우리 호세는 특히 이이를 좋아했다. 호세는 이이를 형이라는 뜻을 가진 마스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서 마스 이이라고 불렀다. 호세는 마스 이이가 집에 가기 전에 언제나 먼저 나가서 이이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있었다. 그런 호세를 이이도 매우 좋아했다. 사탕수수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 바퀴를 돌은 다음에야 호세는 오토바이에서 내렸고, 그 후에야 이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