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5-4 씰릿 상 끼야이 (2)
옆 자리에 앉은 부인이 추천해준 책은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그 두 책을 구하기로 했다. 우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책방인 그라메디아에 가서 점원에게 ‘오랑 자와 나익 하지“라는 책의 이름을 대며 책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점원은 친절하게 책이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오랑 자와 나익 하지라는 책은 시골에서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처음 비행기를 찬 사람들이 하는 실수, 생전 처음 외국 호텔에서 지내는 실수들, 그리고 메카에 도착한 후 생기는 에피소드들을 매우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책 제목을 ‘실릿 상 끼야이’하고 하자 직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책은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점원의 태도였다. 보통 인도네시아 점원들은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보통인데, 점원의 태도가 아주 불량스러웠다.
결국 자카르타에서 책을 찾지 못하고 죡자로 다시 왔다. 그리고 죡자에 있는 그라메디아 서점에 다시 갔다. 그리고 점원에게 다시 ‘씰릿 쌍 끼야이’라고 하는 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점원은 그런 제목의 책은 없고 ‘슬릴릿 상 끼야이’라는 책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씰릿과 슬릴릿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점원은 설명해 주지 않았다. 여하튼 나는 서점에서 의도한 책을 구해서 반가웠다.
다음날 두따와짜나 대학에 강의가 있어 간 김에 대부분 자바 사람인 경영학과 교수들에게 자카르타 서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슬릴릿’과 ‘실릿’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교수들이 모두 아니 그런 말을 누가 가르쳐 주었냐며 ‘실릿’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똥꼬’라는 말로 보통사람은 절대 이야기 하지 않는 말이라는 것이었다.
더우기 상 끼야이는 이슬람교에서는 아주 높은 사람데 내가 도사님의 똥꼬라는 책을 찾고 다녔으니, 이슬람 점원들은 내 말을 듣고 몹시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만약 내가 아무리 실수라도 그런 말을 시골 동네에서 했다면 아마 돌에 맞아 죽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