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웃고 계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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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꿈인지 생시인지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7-02-21 09:14
조회
79
6-1 꿈인지 생시인지

나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꿈을 꾸었다고 해도 꿈은 매우 사실적이다. 하늘을 난다든지, 이상한 괴물을 만나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꿈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거나 꿈을 남에게 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에서 대학생들에게서 배운 정치적 농담을 다른 대학생들에게 옮기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농담을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나는 특별히 대학생들이 하는 농담과 유머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도 대학생들이 하는 조크를 무척 좋아했다. 대학생들과 하는 조크는 신선하고 특히 세태를 반영하고 있어서 시사적이라 더 좋다. 특히 정치적으로 억압 받는 시기에 하는 농담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생각하는 정치 조크로는 전두완 대통령 시대의 조크가 단연 압권이다. 당시에 고려대학교 학보에 게재된 만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고려대학교의 모든 학생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김상협 총장이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 의원이 단식농성 하던 것을 신문들이 ‘현안’이라고 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가 열리고 대정부 질문이 벌어질 때 김상엽 국무총리가 국회에 나가서 의원들에게 김영삼 의원의 단식을 에둘러 “현안에 대해서는.....”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김상협 국무총리에 대해 일간 신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보도를 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학보는 매우 비분강개했다.

그리고 매우 시니컬한 만화를 실었다. 어떤 아이가 호랑이를 우리에서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호랑이가 어흥 하는 소기 대신에 멍멍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 아이가 호랑이를 가축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의사에게 “호랑이가 개소리를 해요.”라고 했다. 네 컷의 얼마 되지 않는 만화였지만 얼마나 통쾌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총장님만은 기개로 정국을 타개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또 서울대 학보에서는 83년 5월에 있었던 축제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민속 음식 코너가 있었는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음식은 ‘대머리 눌린 고기’와 ‘주걱 떡’이었단다. 전두완 대통령의 대머리와 이순자 여사의 주걱턱을 빗대어 한 것인데, 대학생들다운 해학이 느껴져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생들과 지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농담을 많이 듣고 재미있는 내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농담이나 유머를 하면 실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더 없이 좋다. 특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재미있는 것을 늘 찾는 사람들이다. 재미없는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용서받지 못한다.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하는 농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정치에 대한 것이다. 특별히 수하르토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던 98년 이전까지의 시기에는 그의 가족들에 대한 농담이 가장 많았다. 억눌려 있던 민심들이 그런 농담을 통해서 조금씩 표출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씁쓸하게도 했다.

90년대 초 수하르토 대통령의 가족 일가의 부정축재와 네포티즘이라고 하는 대통령 일가의 무절제한 축재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서 있었다. 그 중에서도 ‘뚜뚯’이라고 하는 둘째 딸은 국영방송인 TVRI의 총재이며, 장관이며, 여러 개의 회사 사장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의 미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