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6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2
조회
72
그러던 어느 날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국제회의에서 그를 다시 만난 것이다. 그와 한방을 쓰게 된 것을 알고 나는 무척 불편했다. 평소에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사이였는데 한 방을 쓰게 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미션 홈 호스티스에게 방을 가꾸어 달라고 할 수 도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내가 방을 바꾸어 달라고 하면 미션 홈 호스티스는 내가 그 선교사와 사이가 나쁜 것이 내가 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 두려웠다.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선교사가 미리 와서 짐을 정리하고 책상에 앉아서 다음 날부터 시작될 회의의 자료를 읽고 있었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하이!” 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도 인사를 간단히 하고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앉아서 회의 자료를 읽었다.



한참 지나 밤이 깊어지자 선교사가 말을 했다.

“창남, 우리 이제 불을 끄고 자야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내일 아침에 회의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러자고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을 때 그 선교사가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그 선교사와 함께 기도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기도하기 싫다고 하면 나를 영적이지 못한 사람이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도를 함께 하고 자기로 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였을 때 내 마음 속에 그 선교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계속 있어서 기도를 하기 힘들었다.



나는 그에게 기도하기 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평소에 쓴 기도편지의 내용, 사무실에서 나눈 이야기, 그리고 선교사 수련회에서 영국 목사를 칭찬할 때 한국 목사들을 낮추어 이야기 한 것을 모두 나누었다.



그 선교사의 훌륭한 점은 내가 말하는 동안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내가 말을 모두 마치자 그는 정중하게 나에게 사과했다.

“손 선교사, 정말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그의 사과는 진실했다. 그래서 내 마음은 평안해졌다. 그리고 기쁨으로 기도를 함께 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한 마지막 말이 귀에 남았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몰랐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섬기는 나라나 섬기는 나라 국민들에 대해서 불필요하게 부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선교지에서 20년 30년을 머물면서 모든 어려움을 다 겪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행이라고는 일 주일 혹은 이 주일 밖에는 되지 않는 단기 선교여행을 다녀와서도 그 나라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위의 선교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선교 보고를 할 때 우리 말을 잘 알아듣는 그 나라 사람이 청중 가운데 있다고 하고 말한다면 훨씬 공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