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6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3
조회
72
● 어떤 선교사의 기도편지



선교사들이 쓰는 기도편지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무심코 현지인이나 현지 국가에 대해서 쓴 글이 현지 사람들에게 읽혀졌을 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지 선교사는 잘 모를 수도 있다.



처음 선교지에 도착해서 반둥이라는 곳에서 언어를 배우는 동안에 있었던 일이다. 타양살이를 막 시작한 초년병 선교사에게 고국에서 온 편지를 받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이었다.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되었다. 이름은 H라는 미국 선교사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발송지는 H 선교사의 파송교회인 미국 주소로 되어있었다. H 선교사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편지는 영어로 젹혀 있었다. H 선교사를 잘 아는 선교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는 선교사였다. 참고로 H 선교사는 10년 동안 연희동에 살고 있었다.



어쩧든 반가운 마음에 편지를 뜯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편지가 이상하게 시작을 했다. 편지는 크리스마스 전에 써서 자기 파송 교회로 보내졌고, 복사기로 복사가 되어 다시 여러 명의 기도 후원자들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그이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국은 불교국가라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만 크리스마스 추리를 볼 수도 없고 크리스마스 캐롤도 들을 수가 없다. 물론 북미 지역의 일반적인 습관인 친지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성탄 선물을 주고받는 습관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외롭다."



그 편지를 읽는 동안 이 선교사가 연희동에서 백담사로 이사를 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편지를 끝까지 다 읽는 것은 정말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뒤 장에 한국의 가을 풍경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산에서 몸뻬 바지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이 등에 땔 나무를 지고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시골 지역도 이제는 가스로 밥을 하는데 이런 사진을 어디서 구했을까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의 편지를 읽는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편지를 읽으면서 이 선교사가 정말 형편없는 한국에서 고생 많이 하고 있겠구나 하고 동정을 하겠지만 그러나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 슬픔을 느꼈다.



그 이후에도 몇 달에 한 번씩 그 미국 선교사의 기도 편지가 왔다. 거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한국 교회들은 제자훈련 프로그램도 모르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네가 하고 있는 제자 훈련 프로그램이 한국 내에서 정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느니, 그 제자훈련을 통해서 제자가 되고 선교사로 나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있다느니 했다. 그리고 자기에게 제자훈련을 받는 그룹의 사진에는 내가 잘 아는 여자 후배가 있었는데, 그가 거기 간 것은 내가 알기로는 선교사로 가기 전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 그 제자 훈련은 영어로 하는 모임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사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 선교사가 왜 이 편지를 보냈을까를 생각하다가 이유를 발견했다. 나는 이렇게 기도편지를 쓰지 말라고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 것 같다.



어떤 이유나 목적으로든지 선교지 사람들이나 선교지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선교사가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없는 사실을 말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옳은 것을 말하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