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5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1
조회
84
● 연약함을 인정하기



인도네시아에서 교수를 하는 동안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는 한국에서처럼 강의시간에 권위 있게 가르치기는 커녕 학생들로부터 말실수로 인해 놀림을 당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일도 말실수 때문에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강의하는 동안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일 가운데 하나는 지각하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지각을 하는 것이야 한국에서 있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지각하는 학생들처럼 나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지각을 했을 때 바로 강의실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 서서 문을 노크했다.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어떤 학생이 밖에서 노크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강의를 멈추고 문을 열어 학생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야 한다.



얼마 동안은 참을성 있게 문을 열어주었지만 나중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정색을 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하나 설명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당하는 또 다른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도로에서 보내는 신호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학생이 앞에서 손을 들어 표시를 하면 처음에 가슴이 덜컥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해서 차를 세우라는 것인가 하고. 하지만 그것은 자기가 우회전을 하고 싶다는 표시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는데 진지하게 이야기 하다가 손을 들어 나에게 표시한 학생이 우측으로 꺾어 들어갔다고 하는 말을 그 학생이 오른쪽으로 몸이 굽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말했다. 나는 더 이상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말실수 때문에 학생들이 웃고 놀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더 이상 수업을 진지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어느 날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하는 인도네시아 말에 실수 하는 것을 발견하면 작은 종이쪽지에 적어 내달라고 했다. 만일 적어 내면 추가 점수를 준다고 약속을 했다.



내가 인도네시아어를 말할 때 생기는 실수를 적어 제출하면 추가로 점수를 주겠다고 하는 제안의 효과는 대단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 내가 하는 말실수를 듣고 웃지 않았다. 내가 실수를 하는 순간 학생들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내 수업에 더욱 집중했다.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사실을 터득해갔다.



연약함이 주는 또 다른 유익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