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55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41
조회
87
접촉점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만한 접촉점이 없었다. 학생들이 긴장한 상태에서 면담을 하고 나서 성적을 고쳐 주면 저승 앞에 왔다가 돌아 간 사람처럼 얼굴이 기쁨으로 바뀐다. 그 때 학생들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물어 보았다. 고향이 어딘지, 부모님은 무얼 하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그리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지, 혹시 성경공부를 하고 싶은지 등을 물었다. 학생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해 주었다. 이를 통해서 작은 전도용 성경공부 그룹이 생겼다. 이처럼 면담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신앙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지 언어가 어눌한 외국 교수의 특권이기도 하다.



원래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 주간만 하려고 했던 와완짜라는 두 주간이 걸렸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에어콘도 없는 내 연구실에 와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면담을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와완짜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와완짜라를 하는 동안 학생들을 만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런 것을 알려고 할 여유도 없었다.



와완짜라가 다 끝나고 며칠 지나서 학장이 내 연구실로 왔다.

“혹시 빡 손, 지금 하시는 면담을 2학년 학생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1학년 아이들을 맡아서 해 주실래요. 저는 한 번도 그렇게 학생들과 교수가 일대일로 만나서 진지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면담을 하는 학생들이 모두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2학년이면 늦은 감이 있어요. 신입생 때 그렇게 해 주시면 학생들이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될 것 같아요.”



학장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기쁨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다음 학기에는 1학년 1학기에 가르치는 회계원리 I을 가르치게 결정이 되었다.



93학번들에게는 첫 수업시작부터 일종의 학생신상명세서를 작성하게 했다. 이름, 학번, 주소, 전화번호, 고향, 종교, 수업으로부터 기대하는 것, 영어를 배우고 싶은지, 성경을 배우고 싶은지 등을 미리 적도록 했다. 이런 신상 자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고 나서 와완짜라를 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만약 성경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면 나는 그 학생을 자연스럽게 성경공부에 초대했다. 어떤 학생이 영어에 관심이 있다면 그 학생을 조이 영어 모임에 초대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기회들이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