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문화와 선교 11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16-10-28 23:31
조회
106
우리나라의 문화 속에 있는 매우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는 나이(age)다. 만약 그것을 실감하고 싶다면 큰 길에 나가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라. 서로 누가 잘 했느니 잘 못했느니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맨 나중에 하는 말은 무엇인가. “너 나이가 몇인데 이래?” 우리 중에 나이와 교통사고가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 나이타령을 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나를 안젤라라고 불러줘!”



필자가 인도네시아의 족자에 있을 때 같은 대학에 호주 선교사가 한 분 있었다. 안젤라 호프라는 분인데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 처음에 그 분을 부를 때 늘 호프 박사님 하고 불렀다. 어느 날 정색을 하고 내게 부탁을 했다.

“나를 그냥 안젤라 하고 불러주세요.”

그 분이 우리 어머니와 같은 나이였다.



호주에서는 가급적 사람들의 나이나 직위로부터 생기는 거리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거리를 인정해야만 된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우리 어머니의 친구에게 친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야, 경자야!” 하고 부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마 몇 대 맞는 것으로 끝난다면 간단하게 끝났다고 할 것이다. 아마 어머니의 친구 분이 심한 모욕감을 느겼다면 유서를 써놓고 자살할 지도 모른다. 유서의 내용은 이렇게 될 것 같다.

“그 싸가지 없는 놈 때문에 살 맛을 잃었다.”



만약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가 나이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가 자기 나라에서 아무리 훌륭한 신학교육을 받았고 사람들에게 아무리 대단한 영적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교회 안에서 나이라는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만이 가치는 아니다. 직위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 따라서 조직 내의 상사의 말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직장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나 직위가 낮은 사람들은 일정은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함께 여행을 계획할 때 직위가 낮은 사람의 일정은 수시로 바뀐다.



이런 상황을 경험한 어떤 영국 자매가 한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을 나누어 달라고 하자 친구들이 약속을 해놓고 그 날 아침에 전화로 “갑자기 일이 생겼어요.” 라고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부정행위 하는 학생을 적발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다가가서 다음부터 한 번만 더 이렇게 하면 시험장에서 나가게 하겠다고 어름을 놓았다. 시험이 끝나자 현지 교수 몇 사람이 나에게 와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현지 교수들은 내가 그 학생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었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는 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가치로 여기는 체면을 손상한 것이다. 그럴 경우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망신 준 사람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현지 교수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정행위를 해도 되느냐고.. 그러자 교수들은 인도네시아 교수들이 하는 방식이라며 알려주었다. 그것은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의 이름을 알아두었다가 영점으로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이 ‘아, 교수가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체면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인도네시아에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