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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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66: 나의 실패담 2

작성자
손창남
작성일
2024-01-23 10:54
조회
34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가치와 미션이 안젤라나 마르쿠스가 가지고 있는 것과 매우 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무척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앞에서도 언급했던 순결의 문제에 있어서 스위스 출신의 마르쿠스네와는 완전히 달랐다. 죡자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성적인 유혹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안 후 학생들에게 저학년 때에는 일대일로 데이트를 하지 말라고 권했다. 하지만 마르쿠스 내외는 학생들에게 그런 제안은 옳지 않다고 하며 자기들은 중학생 때부터 사귀었노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는 것이었다.

진정성에 대해서도 안젤라와 이견이 있었다. 한번은 안젤라와 앞으로 2년간 나의 사역 계획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죠이가 영어로 모임을 하지만 앞으로는 예수님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멤버들을 골라 제자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안젤라가 내 계획을 듣고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젤라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창남, 죠이가 영어 모임이라고 해서 왔던 대학생들에게 제자훈련을 하는 것은 그들을 속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니?”
나는 안젤라가 제기하는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과연 그것이 진정성을 해치는 문제일까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선교지에 온 것인가 하고 거꾸로 질문을 하고 싶었다.

안젤라가 아무리 그런 질문을 했어도 나는 여전히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나는 JOY 사역을 안젤라와 마르쿠스에게 맡기고 인도네시아 말로 성경만을 공부하는 새로운 모임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죡자 팀에서 나오기로 했다. 그러러면 최소한 필드 디렉터에게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다.

어느 날 자카르타에 있는 필드 사무실로 필드 디렉터를 찾아갔다. 당시 필드 디렉터는 영국 출신의 죤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서양 사람이라기보다는 동양사람 같았다. 그는 내 말을 다 듣고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창남, 내 생각에는 JOY는 네가 인도하는 것이 더 좋겠다. 그 이유는 JOY는 네가 시작한 사역이고, 무엇보다 너는 학생사역의 경험도 많고 학생사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는 것 같다. 두 사람에게는 내가 잘 타이르도록 하겠다.”

그리고 필드 디렉터는 두 사람에게 좋은 대화를 한 것 같다. 그 후 안젤라와 마르쿠스는 JOY 사역에서는 손을 떼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족자 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JOY 사역은 관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 당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하지만 2008년 프로젝트 티모티 훈련을 받으면서 나는 죡자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복기를 해보았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팀이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팀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JOY 사역에 모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JOY 사역을 함께 팀으로 하기로 했다면 우리들 가운데 사역의 목표, 비전, 가치, 전략 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어야만 했다.